성당 행사비 개인통장 입금, 세금 문제 없을까 - 차명계좌, 증여세, 단체통장
성당에서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꼭 이런 말이 오갑니다.
성당 살림을 맡은 봉사자분들이 행사비를 개인 통장으로 받고, 장 보고 식사 준비하는 데 들어간 돈을 다시 그 통장에서 빼서 쓰는 거죠.
솔직히 저도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봤습니다. 다들 그렇게 해왔고, 누가 사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세금 공부를 하다 보니 문득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통장 주인은 봉사자인데, 그 안을 오가는 돈은 성당 돈입니다. 세무서나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게 누구 돈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 관행이 정말 괜찮은지, 봉사하는 분들이 혹시 모르는 사이에 위험을 떠안고 있는 건 아닌지 정리해봤습니다.
처벌받는 불법 차명계좌는 아닙니다
먼저 안심되는 부분부터요. 남의 돈을 내 이름 통장에 넣는 것을 차명거래라고 하는데, 2014년 금융실명법이 강화되면서 금지되는 건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입니다. 불법재산을 숨기거나, 자금세탁, 탈세, 빚 독촉을 피하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죠.
처벌하지 않는 '선의의 차명거래'
계모임이나 동창회 회비를 총무 통장으로 관리하는 것, 그리고 문중이나 교회 같은 임의단체의 자금을 대표자 명의 통장으로 관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그러니 성당 행사비를 봉사자 통장으로 관리했다고 해서 바로 법 위반이 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통장 속 돈은 일단 봉사자 돈으로 본다
같은 법 개정 때 중요한 조항이 하나 더 들어갔습니다.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은 명의자의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추정이라는 건 "아니다"라고 증명하지 못하면 그대로 인정된다는 뜻이에요. 즉 성당 돈이라는 사실을 봉사자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증여세 오해
여러 사람이 봉사자 통장으로 돈을 보낸 기록만 남고 쓰임새 기록이 없다면, 세무 조사나 자금출처 확인 때 그 돈을 개인이 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받은 돈은 증여재산 공제도 거의 없습니다.
소득 누락 의심
봉사자가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통장에 들어온 돈이 매출로 오해받으면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게 됩니다.
잔액이 쌓일 때
행사가 끝나고 남은 돈이 개인 통장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이자소득도 봉사자 이름으로 잡힙니다.
물론 실제로 세금이 매겨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금액이 크고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장부와 영수증이 없을수록 해명이 어려워지는 건 분명합니다.
세금보다 더 현실적인 위험들
제 생각엔 세금보다 이쪽이 더 실제로 일어날 법한 문제들입니다. 통장이 봉사자 것으로 추정되다 보니, 봉사자 개인에게 생기는 일이 고스란히 성당 돈에도 영향을 줍니다.
| 상황 | 성당 돈에 생기는 일 |
|---|---|
| 봉사자가 갑자기 사망 | 계좌가 동결되고 잔액이 상속재산처럼 묶임 |
| 봉사자에게 빚이나 소송 | 채권자가 통장을 압류할 수 있음 |
| 기초연금·지원금 신청 | 금융재산이 실제보다 많아 보여 불리할 수 있음 |
| 회계에 대한 오해나 갈등 |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증거를 봉사자가 내야 함 |
특히 마지막이 마음에 걸립니다. 좋은 마음으로 봉사했는데 정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개인 통장이라 사적인 지출과 공금이 섞여 보이기 쉽습니다.
바꿀 수 있는 방법,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본당 계좌로 집행하기
가장 깔끔한 방법입니다. 본당은 보통 교구 유지재단에 속해 있어 성당 명의 계좌가 있습니다. 사무장님이나 사목회와 상의해 행사비를 본당 계좌로 받고 지출 결의를 거쳐 쓰는 방식이에요.
단체 이름의 통장 만들기
단체(예: 자모회, 봉사회)가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받으면 단체 이름으로 통장을 열 수 있습니다. 봉사자가 바뀌어도 통장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당장은 개인 통장이라면 전용 통장으로
생활비 통장과 절대 섞지 말고 행사 전용 통장을 따로 만드세요. 은행에 따라 "홍길동(○○성당 봉사회)"처럼 단체명을 함께 적어주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공통으로 지켜야 할 건 기록입니다.
✓ 입금자 명단과 금액
✓ 지출마다 영수증 또는 카드 내역
✓ 행사가 끝나면 정산서를 만들어 사목회나 다른 봉사자의 확인받기
✓ 남은 돈은 개인 통장에 두지 말고 본당이나 단체 통장으로 넘기기
이 정도만 해둬도 나중에 누가 물어봤을 때 "이건 성당 돈이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봉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시간과 마음을 내어 성당 일을 맡으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관행이라는 이유로 그분들이 세금이나 재산 문제의 위험까지 떠안고 있다면, 그건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 아니겠죠. 개인 통장으로 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공금은 공금답게 관리하는 것이 결국 봉사자와 공동체 모두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우리 성당도 이렇게 하고 있다면, 다음 회의 때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자료
